"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혈연'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품었던 개인적인 질문에서 비롯된 영화입니다. 감독은 실제로 자신의 자녀가 태어났을때 조차 '내가 아버지가 되었구나' 하는 실감을 쉽게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아빠'가 되어가는 것일까? 그는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관계를 의미하는지를 탐구해 왔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이 작품은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을 남기며 부모와 자식, 혈연과 정서적 유대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파고듭니다.
영화 및 감독 정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삶과 죽음, 가족과 기억, 인간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영화는 화려한 장면보다는 일상의 조용한 순간에 주목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그러한 감독의 특징이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개봉 당시, 칸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국내외에서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고레에다 감독 영화의 핵심은 대부분 "가족"입니다. 전통적인 혈연 가족이 아닌 비혈연 가족, 재구성 가족, 해체된 가족 등 현대 사회에서 점점 다양해지는 가족의 형태와 그 안에서의 감정을 진지하게 다룹니다. 인물의 일상적인 대화와 자연스러운 연기, 즉흥적 대사나 즉석 연출도 종종 활용하며 관찰자 시점의 카메라 워크로 관객이 몰입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적 연출 스타일이 특징입니다. 특히 아역 배우를 다룰 때 아이를 '배우'로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존재하도록 유도하며 시나리오의 순서를 바꾸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극적인 전개나 음향 보다 인물 간 침묵, 시선, 작은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눈물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방식이 특징으로 담담하지만 깊은 감정선을 연출합니다. 그는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들며 사회적 메시지를 영화 안에 담아냅니다. 이 작품은 실제로 1970년 대 일본에서 신생아혼동이라고 아이가 바뀌는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하였습니다.
극 중 영화에서는 능력 있지만 늘 바쁜 아빠 료타와 가난하지만 가정적인 아빠 유다이가 나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료타처럼 항상 바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감독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모습이 료타 캐릭터였고 다정한 아빠 유다이의 모델은 아이를 잘 다루는 친구를 모티브한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줄거리 요약
도쿄의 대형 건설회사에 다니는 료타는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아내 미도리와 여설 살 난 아들 케이타와 함께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출생한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고 모든 것이 흔들리게 됩니다. 미도리가 출산 당시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어 지금까지 키워온 케이타는 친자가 아니며 진짜 아들은 다른 가족에게 길러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료타 부부는 자신들의 친아들이 류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류세이를 키우고 있던 사이키 부부를 만납니다. 상대 가족은 소박하지만 따뜻한 정서를 지녔고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였습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아들이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병원의 중재하에 두 가족은 서로 아이들을 데려가 보는 시간을 가지며 복잡한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료타는 혈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케이타와의 관계를 일부러 멀리하며 그간 길러온 정을 일부러 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케이타와의 추억과 감정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음을 느끼며 결국 료타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고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좋을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됩니다.
숨은 의미와 결말 해석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아이가 아닌 료타입니다. 그는 처음에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엘리트였지만 아들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인간적인 아버지로 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시간과 애정이 만든 가족"입니다. 료타는 처음에 자신의 피가 섞인 아이를 진짜 아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한 케이타와의 감정을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그가 자주 케이타를 촬영해 두었던 사진과 비디오를 다시 꺼내 보며 아빠를 따라다니며 찍은 장면, 장난스러운 웃음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단순한 그리움이 아닌 자신이 얼마나 케이타를 '아들'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평점심을 잃지 않고 대체적으로 이성적이었던 료타는 케이타를 향해 달려가고 처음으로 감정을 터뜨립니다. 료타를 다시 만난 케이타는 그에게 조용히 물어봅니다. "아빠는 왜 나를 버렸어요?" 이 대사는 그 어떤 말보다 묵직하게 료타의 가슴을 때립니다. 케이타는 아이지만 어른보다 더 진심으로 상처받고 혼란스러웠다는 것을 보여주며 부모라는 존재가 단순한 결정권자가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감독은 명확한 해피엔딩을 보여주기보다는 그저 료타가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는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는 장면으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 가족이 되는 일은 정답이 없고 그저 함께 겪어가야 하는 긴 여정이라는 것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메시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전반을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이란 피로 이어진 관계인가, 함께한 시간으로 완성되는 유대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부모란 혈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내온 시간과 관계 그리고 감정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감독은 말합니다. 처음에는 '혈연'을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했던 료타가 점차 케이타와 함께한 시간, 소소한 순간들 속에 깃든 사랑과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고레에다는 가족이라는 제도를 이상화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실적인 충돌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단순히 혈연인 경제력이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라는 존재는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감정을 공유하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관람후기
제가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대체적으로 매우 조용하지만 강력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 보고 나서 많은 여운과 생각이 났고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라 더욱더 몰입해서 보게 된 거 같습니다. 자극적인 연출 없이도 단순한 대사, 인물의 눈빛, 침묵 속에서 전하는 감정이 저의 마음을 오래도록 두드렸습니다. 가족에 대한 관념, 부모의 역할 그리고 무엇이 진짜 사랑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고 문득문득 떠오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