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배달부 키키 영화는 일본에서 1989년 개봉되었으며 관객 수 약 264만 명, 흥행 수익 43억 엔을 넘어서 당시 일본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전까지도 명작을 만들어오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고 무엇보다 자립하는 소녀라는 새로운 여성상은 당시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폭력성 없이도 흥미로운 서사를 이끌어낸 점과 지브리만 특유의 감성적이고 일상적인 묘사들이 호평을 받으며 가족 단위뿐만 아니라 나이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층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보-영화 개요 및 제작 배경 그리고 감독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은 가도노 에이코가 1986년 발표한 동화 "마녀의 택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원작은 전 6권 시리즈이며 키키가 13살이 되어 다른 마을로 떠나는 설정부터 배달일을 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까지 영화와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원작의 내용 중에서 1권 만을 기반으로 제작되었고 특히 후반부 내용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새롭게 각색하여 보다 극적인 감정 변화와 결말을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성장담에서 한층 깊은 내면의 혼란과 극복이라는 메시지를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원래 지브리 창립 멤버가 아닌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그가 작품을 고사해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각색하고 제작했습니다. 제작 초기에는 원작자와의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 작가 가도노 에이코가 시사회에서 작품 관람 후 감동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하야오 감독은 원작의 밝고 따뜻한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영화 속 배경은 구체적으로 한 도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유럽 여러 도시의 요소를 조화롭게 합쳐 만든 이상적인 유럽 도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87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실제로 유럽으로 로케이션을 떠났고 스웨덴과 아일랜드, 프랑스 등을 방문했습니다. 감독은 상상 속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과는 달리 실사화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배경지는 그가 실제 도시의 요소들을 관찰한 뒤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졌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영화에서 키키가 처음 도시에 도착해 내려다보는 장면이나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즐비한 풍경은 감라스탄의 골목과 아주 흡사합니다. 또한 실제로 배경 디자이너들은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속 가게나 카페, 시장의 정서는 유럽의 여유로운 문화에서 비록 됐었는데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의 해안 도시들을 참고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에서 여성 주인공은 단순한 동화 속 인물이 아닙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부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 그리고 마녀 배달부 키키의 키키까지 그녀들은 항상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독립적이고 주제적인 여성들입니다. 특히 키키는 열세 살이라는 나이에 독립과 자아 정립, 자존감 회복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순간들을 용기 있게 맞서고 실패하며 다시 일어섭니다. 하야오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구원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찾는 존재로 그립니다. 그 점에서 키키는 단순한 마녀 소녀가 아니라 현실 속 누구나 겪는 불완전한 자기 자신을 안고 살아가는 모두의 모습을 대변하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키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사실은 매우 평범함 소녀다. 그녀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성장의 고통은 누구나에게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키키의 자신감 상실, 열등감, 타인과의 거리감 같은 감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다뤘고 마법이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은 슬럼프, 자존감 저하라는 내면의 변화를 영화 속에서 비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1989년 일본에서 개봉된 이 애니메이션은 '마녀'라는 비일상적인 소재 속에서도 매우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며 실제로 개봉 당시 놀라운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전 세대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줄거리-키키의 여정
13살이 된 마녀 소녀 키키는 마녀의 전통에 따라 혼자만의 수련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새로운 도시를 찾던 키키는 바닷가에 위치한 크 도시 '코리코'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낯선 환경과 차가운 도시 사람들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지만 친절한 빵집 아주머니 오소노의 도움으로 작은 다락방에서 지내며 배달 일을 시작합니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능력을 활용해 '마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키키는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일을 해나가며 조금씩 도시 생활에 적응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말없이 자신의 곁을 맴도는 소년'톰보'와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키키는 새로운 감정을 마주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키키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고 어느 순간부터 마법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날 수 없게 되고 고양이 지지의 말도 들리지 않게 됩니다. 자신감을 잃은 키키는 "나는 더 이상 마녀가 아닌 걸까"라는 깊은 회의감에 빠집니다.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톰보가 공중 비행기 사고로 위기에 처하자 키키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네 그를 구합니다. 다시 날아오르는 키키, 그 순간 그녀는 자신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금 자신의 힘을 되찾게 됩니다.
후기-우리 모두의 키키를 위하여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어린 시절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던 저에게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는 낯설지 않은 제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작품만은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이 영화를 보며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열세 살 소녀의 성장이야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빗자루 하나 들고 낯선 세상을 날아든 키키, 그 모습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다시 해보려는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톰보가 공중에서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순간, 키키가 마법을 되찾고 하늘을 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겪는 자존감의 붕괴와 회복을 상징합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스스로 믿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용히 알려주는 순간입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단순히 마녀의 성장담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믿지 못할 때,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보면 큰 위로가 되는 영화입니다. 키키는 결국 완벽하게 성장하는 인물이 아니고 마법이 완전히 돌아온 것도 대단한 성취를 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에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고 타인과 연결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