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되는 일 하나도 없던 시절, 이 영화를 접하고 많은 위로를 얻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일본 영화 특유에 잔잔하면서 따뜻함이 느껴졌고 여운이 많이 남아 두세 번은 더 봤던 영화입니다. 앙 단팥 인생이야기는 작가 두리안 스케가와의 장편 소설이며 카와세 나오미 감독의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로 유명한 키키 키린이 나왔습니다. 극 중 와카다역에 우치다 카라는 실제 키키 키린에 손녀이기도 합니다. 제목만 보고 단팥? 음식 관련 영화이구나 싶었습니다. 보고 나서 단순히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라기보다 삶은 살아가면서 위로를 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줄거리
도리야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센타로, 어딘가 쓸쓸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그는 열정도 없고 그냥저냥 되는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주로 학생들, 가게 안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소리로 싫었는지 도리야키 몇 개를 더 주며 얼른 가라고 합니다. 와카나 역시 센타로 가게 단골손님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센타로는 와카나에게는 조금 더 친절했고 팔리지 않은 도리야키를 포장해 주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센타로 가게에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찾아옵니다. 그녀의 이름은 도쿠에, 시급을 적게 줘도 되니 꼭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장사도 잘 되지 않은 작은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을 두는 것도, 본인 보다 나이도 많고 어딘가 몸도 불편해 보였던 도쿠에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쓸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 날 도쿠에는 본인이 직접 만든 팥소를 센타로에게 맛 보여주고 그 맛을 본 센타로는 너무 맛있어 놀라고 맙니다. 센타로는 할머니에게 다음 날부터 출근하라고 하며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새벽부터 가게로 온 도쿠에는 정성 들여 팥소를 만들었고 입소문 난 가게는 도리야키를 사 먹기 위해 줄까지 서는 일이 발생합니다. 센타로는 할머니에게 정식으로 도리야키도 판매를 해보라며 권하기도 합니다. 와카나는 할머니 손을 보고 왜 그러냐고 묻고 도쿠에는 답을 회피합니다. 친한 선배와 도서관에서 할머니 병(한센병) 대해 알게 되고 언제부터인가 가게를 찾던 손님들에 발걸음도 끊기기 시작합니다. 한센병에 걸린 할머니를 피하며 더 이상 손님들이 찾지 않자 도쿠에도 자연스럽게 알바를 그만두게 됩니다. 그 이후 센타로는 도쿠에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며 와카나와 함께 도쿠에 할머니가 머물고 있는 격리센터를 찾게 됩니다. 그곳에 만난 도쿠에는 그전에 생기 있는 모습과 사뭇 달랐고 할머니와 대화를 하며 할머니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격리센터에 들어와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할머니에게 알바는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곳에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가 폐렴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센타로는 기존에 일하던 가게를 나와 혼자 길거리에서 도리야키 장사를 하게 됩니다.
리뷰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속 무언가 깊은 여운이 남았었습니다. 극 중 도쿠에는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듣기 위해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히 무언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각자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라고 말합니다. 이 영화를 볼 때쯤 면접만 보면 계속 떨어져 자존감이 떨이 지고 다른 사람들과 날 비교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영화에서 할머니가 하는 말을 듣고 많은 위로를 받았던 거 같습니다. 남들과 경쟁하고 비교하는 게 아니라 오직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한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언젠가 빛이 올 거라는 위로와 믿음을 갖었습니다. 도리야키 가게 온 학생들이 학교는 시시하고 따분하다는 이야기를 하자 할머니가 재밌게 너희가 바꿔봐 우린 자유로운 존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평생 한센병으로 격리센터에 있는 도쿠에는 누구보다 자유를 갈망했고 평범한 삶을 원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무기력하며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았던 센타로가 도쿠에를 만나서 일상에 변화를 겪는 것도 무언가 깨달음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자유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하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는 간절함이라는 걸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