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이름은 2017년 국내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시간과 기억, 운명과 감정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가 가슴에 품고 있는 잊을 수 없는 인연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개봉 당시 관람수 393만 명을 기록했으며 일본 아카데미상, LA 비평가 협회상, 부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줄거리-꿈이라는 이름의 인연
일본의 한 시골 마을 이토모리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는 어느 날 아침 가족들로부터 '오늘은 정상이구나'라는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주의 사람들도 어제의 내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고 말하는데 소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미츠하는 마을 무녀 가문의 장손녀입니다. 마을의 풍습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실을 잣고 풍양제를 지내고 제사용 술을 만듭니다. 몸과 마음은 평범한 사춘기 소녀에 불과한 미츠하는 마을에서 무녀로 살아가는 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녀의 꿈은 도시에 사는 잘생긴 남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그녀는 정말로 도시에 살고 있는 남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몸에 원래 주인은 도쿄에 사는 고등학생 타키와였고 그는 꿈속에서 산골마을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 됩니다. 이 둘은 어느 날부터 서로의 몸이 바뀌는 꿈을 꾸게 되고 처음에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웠지만 서로의 삶에 적응해 가면서 조금씩 가까워졌습니다. 서로에게 메모를 남기고 규칙을 세우고 그렇게 서로를 알아갑니다. 어느 날 미츠하의 몸을 하고 있는 타키는 할머니를 따라 가문의 신지를 방문합니다. 그곳에 미츠하가 만든 미인주를 봉헌하고 온 날 동생이 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바로 그때 할머니가 타키에게 이렇게 말하고 "너는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타키와 미츠하는 다시 몸이 바뀝니다. 타키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만난 선배와 데이트를 하는데 전혀 집중하지 못합니다. 사실 타키에 머릿속에는 다른 여자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타키가 좋아하는 그 아이는 친구들과 마을 축제에 갑니다. 그날은 마을에 축제날과 1,2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혜성의 관측일이 겹쳐서 축제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이날부터 두 사람의 몸이 바뀌는 일은 없어지고 더 이상 서로의 몸이 바뀌지도 않자 타키는 불안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타키는 꿈에서 본 미츠하가 사는 마을 그림으로 그려 찾아가게 됩니다. 그녀를 찾아 나선 타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미츠하가 살던 마을은 3년 전 혜성 충돌로 사라졌고 그녀는 그날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은 3년의 기간을 두고 각자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습니다. 타키는 과거로 연결되기 위해 신사의 의식을 따라 하고 기적처럼 다시 미츠하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미츠하와 타키는 같은 시간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반가움도 잠시 그들은 당상 유성이 떨어지게 될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을 구해야 합니다. 두 번 다시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바닥에 이름을 적어 넣습니다. 하지만 이름은 지워지고 기억은 사라지게 되며 그 후 몇 년이 흘러 타키와 미츠하는 도쿄에서 스치듯 지나갑니다. 기억은 없지만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고 결국 언덕 위에서 서로를 향해 돌아섭니다.
명장면으로 다시 보는 너의 이름은
1. "그 사람의 이름을 난... 잊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어 왜 그렇지 모르겠지만 꼭 만나야 해. 그런데 이름을 잊었다."
기억은 잊혔지만 감정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 대는 이 영화의 정서를 가장 잘 압축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순간의 감각을 쉽게 잊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잊더라도 그 사람이 주었던 마음만은 여전히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카타와레도키-시간과 공간의 틈
카타와레도키는 해가 지는 황혼의 시간을 말합니다. 해가 지평선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을 지칭하며 타키와 미츠하가 시간의 경계를 넘어 실제로 서로를 본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입니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짧은 순간, 운명이 허락한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그 장면은 마치 꿈처럼 아름다웠고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틈 속에서 사랑이 다시 살아났음을 보여줬습니다.
3. "이름을 써줄게 절대 잊지 않게"
타키는 미츠하의 손바닥에 그녀의 이름 대신 "사랑해"라고 적습니다. 그는 아마 알았을 것입니다. 이름은 잊힐 수 있어도 감정은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고백을 넘어 기억보다 감정이 더 오래 남는다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란 걸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만듭니다.
후기-잊어도 잊히지 않는 감정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잊은 사람 중에 지금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 <너의 이름은>이 말하는 사랑은 단순한 연애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이름도 얼굴도 시간도 모두 잊었지만 결국 마음은 기억해 낸 인연입니다. 그 끌림이 결국 다시 마주 서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봤을 땐 단순히 감성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다시 보게 되면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훨씬 더 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고 그 인연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기도 하지만 결국엔 잊게 됩니다. 이름도 목소리도 얼굴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흐려진 기억 끝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의 이름을 쓰려했던 건 그 사람이 실재했음을 존재했음을 증명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오래도록 기억하는 건 절절한 사랑 이야기나 눈부신 영상미보다도 운명이란 걸 외우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꼭 이름을 기억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이상하게 간질거리고 이유 없이 울컥하고 설명은 안 되지만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게 진짜 기억이고 사랑이고 인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면서 누군가를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가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지를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너의 이름은"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제가 잠시 잃어버렸던 인연들 혹은 잊지 못했던 마음들과 함께 꺼내보게 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영화 너의 이름을 통해 사랑, 시간, 기억, 운명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환상적이면서도 잔잔한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처음엔 애니메이션이 이렇게까지 깊을 수 있을까 싶었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정의 여운이 길었습니다.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타키와 미츠하가 몸이 바뀌며 시작되는 신선한 소재와 몰임감을 더해주는 OST까지 보고 나서 계속해서 생각나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