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는 바둑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조훈현, 이창호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바둑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두 사람은 사제지간으로 실제 바둑 대결을 소재로 다룬 영화 승부가 3월 26일 개봉했습니다. 바둑을 소재로 만든 영화이지만 조훈현, 이창호의 사제지간 대결을 심리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바둑을 잘 알지 못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창호가 아직 어리고 부족하다고만 느꼈던 조훈현이 대국에서 제자에게 패배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심정이 얼마나 불편했을지 이병헌의 연기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와 이병헌, 유아인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지루 할 틈이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승부 정보
이병헌은 영화 승부는 100프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조훈현을 만나서 그의 행동이나 제스처 등을 캐치하려고 많이 애썼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2020년 말 크랭크인을 했고 2021년 촬영을 마치며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에서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 사건 때문에 연기되었고 다시 2025년 영화관에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예고편을 본 조훈현 역시 이병헌의 연기를 보며 본인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디테일의 많은 신경을 쓴 게 느껴졌었습니다. 신기했던 점은 올인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김인하역의 실존 인물 차민수와 조훈현이 실제로 절친이라고 합니다. 이병헌은 인터뷰에서 본인이 실존 연기를 한 두 사람이 절친이란 사실을 알고 묘한 인연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바둑은 조훈현 전과 후로 나눌 정도로 조훈현이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바둑희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훈현은 대국 한번 할 때마다 장미라는 장초 4갑을 총 80개비를 필 정도로 골초로 유명했었습니다. 당시 전 세계로 대국을 치르고 다니던 그는 미국에서 담배를 피우려면 제약이 많아 내가 이렇게 까지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어야 하나 싶어 하루아침에 금연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금연으로 인해 금연초 모델까지 할 정도로 조훈현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영화 승부에서도 보면 알 듯이 두 사람의 대국 스타일은 전혀 달랐습니다. 조훈현은 상대가 공격을 하면 참지 않고 바로 받아치는 스타일이고 이창호는 한 수 물러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줄거리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바둑 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민적 영웅이 된 조훈현, 어느 날 지방에서 소규모로 열린 바둑 대회에서 이창호를 발견합니다. 그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본 조훈현은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바둑을 제대로 가르칩니다. 바둑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던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첫 사제 대결에서 제자 이창호에게 크게 패하고 맙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제자에게 패한 조훈현은 크게 충격을 받고 방황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바둑을 향한 열정으로 무너진 마음을 극복합니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느낀 두 사람은 이창호가 집을 떠나며 헤어지게 됩니다.
후기
영화를 보면서 역시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첫 대결에서 스승을 이긴 15살 이창호는 "선생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국에서 승리한 기쁨보다 스승을 이긴 죄송스러운 마음이 더 컸던 거 같습니다. 영화 초반 조훈현은 본인만에 방식을 이창호에게 강요했고 시간이 흐른 뒤 바둑에는 답이 없는데 "내 방식을 너에게 강요한 거 같다"며 너의 방식대로 하라고 조언합니다. 이창호가 조훈현집을 떠나던 날 그는 그에게 큰절을 하고 떠납니다. 항상 말이 없고 표정 변화가 없던 이창호가 조훈현을 향한 마음을 이 장면에서 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스승을 향한 존경심과 죄송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훗날 이창호 결혼식에 직계가족이 아니지만 참석한 인물도 바로 조훈현이었습니다. 이창호는 조훈현을 가족이상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라고 합니다. 본인에 방식으로 터득하고 깨달아야지 비로소 이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목 그대로 승부는 두 사람의 심리적 압박감을 초점을 두며 보여줬고 대사가 많진 않았지만 눈빛, 몸짓 하나로 집중 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어려운 게 이런 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 더 몰입도가 높았고 연출력도 뛰어났습니다.